안녕하세요, 새해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어느덧 예술해방전선의 열여덟번째 소식지를 전해드리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수협과의 협상완료 이후에 급하게 당면한 과제가 없고, 고령의 상인 분들이 거리에서 추위를 견디며 문화제를 해야하시는 문제가 있어 노량진수산시장 문화제는 동절기를 쉬어가는 중입니다.
고령의 여성들이 대부분인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겪고 있는 폭력적인 참상을 목격한 예술가들이 2019년 10월부터 '예술해방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모임 이름이며 우리가 여는 문화제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이름이 예술해방전선이 된 이유는 예술을 무기와 도구로 이용하여 압제자들로부터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해방하는데 힘을 보태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소비사회의 덫에 붙잡혀버린 예술 그 자체도 해방시키고자 하는 열망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약한 힘이더라도 세상에 길고 꾸준하게 보태고자 합니다.
10여년 간 현장에 꾸준히 연대하며 여러 일들을 겪고 목격하며 하게 된 생각이 있습니다. 각자의 가치관과 방향을 뛰어넘어 함께 현장이 처한 위기에 연대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난 뒤에는 그로 인해 단체 명의로 발생하는 정치적 계산과 권력을 내려놓고 깔끔하게 해산하는 형태의 네트워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습니다. 다양한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연대자들이 부당한 폭력으로 부터 보호받고, 다양한 목적과 이익을 쫓는 정파, 단체들의 정치적 협잡으로부터 안전하게 마음과 활동을 다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울타리와 깃발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그 역할을 다하면 미련없이 소멸하여 그 스스로의 조직논리와 그간 형성한 권력을 없애버리는 모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에게는 '현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뜻이 같은 예술가 동지들을 만나 모임을 이루고 활동을 시작한 것이 '예술해방전선'이라는 이름이 되었습니다.
예술해방전선에서는 투쟁하는 민중과 함께하는 예술을 지향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아직 젊은 예술가들이고 반산업적인 방식이기에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상합니다. 현장예술을 향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예술해방전선이라는 작은 화분을 같이 가꾸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음 세대에 전해줄 수 있는 의미있는 역사를 남기겠습니다.
예술해방전선
1. 이야기 콘서트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죽어요>





노량진수산시장 상인 분들과 연대자 분들을 모시고, 함께 용기와 위로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시간 반이 넘는 긴 공연이었는데 오랜 시간 함께 귀 기울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공연을 꾸려주신 우리 뮤지션, 스태프 친구들에게도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상인 분들을 한분한분 무대 위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시도록 모시는게 이번 공연의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그간의 삶과 투쟁 속에 각각 커다란 우주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요. 이 공연이 약간이라도 그 의도에 가 닿았었기를 바랍니다.
2. <옥과상> 홍명순 상인의 이야기

어린 시절은 어떠셨나요?
고향이 곡성 산골짜기야.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서 어렵게 키우셨지. 나도 1남 3녀 중 장녀라서 고생을 많이 했다. 78년도에 중매를 통해서 곡성사람과 결혼을 해서 6년을 곡성에서 머물러 살다가 자녀교육 문제로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지. 시동생이 노량진수산시장에 장사를 하고 있어서 그를 의지해 처음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냉동생선, 동태, 가자미 등을 팔다가 자리가 변경이 되어서 그에 맞게 전복, 낙지, 소라 등을 팔았어.
옛날 노량진수산시장 모습은 어땠나요?
85년도에 장사를 처음 시작했는데 그때 노량진수산시장은 뼈대와 지붕만 있고 아무것도 없었지. 아침 일찍 나와서 다라이를 놓고 자리를 깔면 그게 내 자리였어. 500원을 내면 연탄불을 피워주는 아저씨가 있었어. 그에 의지해서 하루의 추위를 버텼지.
처음에 시장을 현대화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떠셨어요?
장사를 이미 잘 하고 있는데 반갑지는 않았지만, 나라의 방침이니 따르자는 생각을 갖고 있었어. 그런데 신시장을 짓는데 추운 날씨에 시멘트를 붓는 걸 보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 추울 때는 시멘트가 안 굳을텐데… 급하게 서둘러서 대충 짓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 중간에 상인들에게 짓고 있는 상황을 알려도 주고 보여도 줘야 할텐데, 지어 놓고도 보여주지도 알려주지도 않는 거야. 그러더니 갑자기 옮겨라, 들어가라고 하더라고. 처음 보러 들어가서는 장사를 할 수 없는 건물을 지어놓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
투쟁을 하면서 어떤 일들이 있으셨나요?
수협이 상인들을 갈라놓기 위한 파괴공작을 폈어. 상인들에게 너무 지독하게 굴었지. 신시장과 수협에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들어오라고 계속 꼬셨지만 가고 싶은 생각이 이만큼도 안들어서 지금까지 같이 싸우고 있어. 그쪽 사람들과 친하고, 인맥과 관계가 있어서 우리 상인들이 다 나는 그쪽으로 가는 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가지 않았지. 아닌 건 아닌 거야. 내가 쬐끄매도 ‘깡다구’가 별명이야. 보통 의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3. <우진상회> 박점엽 상인의 이야기

어린 시절은 어떠셨어요?
여수 옆에 거문도가 고향이야. 10남매였는데 친정이 가난하다보니 식모살이를 하게 될까봐 내가 우리 남편과 일찍 결혼을 했어. 우리 아저씨와 콩깍지가 껴서 연애 결혼을 했지.
서울에는 어떻게 정착하게 되셨어요?
우리 시누나가 염천교 옆에 있던 수산시장에서 낙지를 팔았었어. 그러다가 염천교 시장을 없애고 노량진에 새로 수산시장을 짓는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우리도 따라가서 같이 낙지를 팔게 되었지. 50년이 지났다. 우리 상인들이 거의 다 노량진에서 4-50년 정도는 장사를 한 사람들이야.
수산물 장사를 하는 일은 어떠셨어요?
낙지, 생굴, 생새우, 문어, 해물탕, 해파리를 팔았어. 처음에 장사를 하는 것은 무척 힘들었지. 말도 못한다. 자식들 먹여키우느라 눈 밭에서 넘어지기도 하며 힘들게 장사했다. 엄청나게 추웠다. 연탄 한장을 500원 내고 받아다 피웠다. 수도도 없어서 공동 수도에 가서 물도 직접 길어다가 썼다. 그래도 장사가 잘되어서 여수에서 빈손지고 올라왔지만 애들도 다 키우고, 가게도 커지고, 빚도 없는 것에 만족했어. 요즘 장사는 전기도 있고, 수도도 있고, 난로도 있으니 아무 것도 아니야.
처음에 수산시장 현대화 이야기가 나왔을 때 어떤 기분이셨어요?
우리는 모두 오래 된 사람들이다. 이 수산시장이 개통식을 할 때부터 있었던 사람들이다. 나이도 많고 그냥 그대로 있고 싶었다. 상인들이 대부분 현대화를 원하지 않았다. 현대화를 시도한 시장들이 다 망한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협에서 일부 상인회 간부들을 접대도 하고 꼬드겨서 결국 우리들에게 합의도장을 찍게 했다.
투쟁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세요?
우리들이 막겠다고 모여있는데 용역깡패들이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를 가져다가 우리들 위에 쏟았다. 연탄가루고 진물이고 온갖 더러운 것들이 얼굴이고 어디고 다 묻었지.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자식에게도 이런 일은 말 못해. 일평생 가슴에 묻고 있다. 빈손지고 가는 인생인데 수협이 우리에게 그렇게 모진 짓을 했는 지 이해하기 어려워. 좋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고 그랬다면 이렇게까지 안왔을텐데 용역깡패들을 동원해서 상인들을 모욕하고 결국 알몸으로 쫓아냈어.
4. 이태원 참사 추모문화제 연대계획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의 요청으로 이번주 토요일 저녁에는 공연으로 함께 합니다. 고효경, 길가는밴드 장현호, 지누콘다 동지가 음악으로 유가족 분들을 위로하고 용기를 불어넣어 드릴 것입니다. 황경하는 음향으로 함께합니다. 이 비극적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할 수 있게 되길 기원합니다.
5. 1월 예술해방전선 회계보고
| 수입 항목 | 금액 |
|---|---|
| CMS | 141,720원 |
| 이자 | 18원 |
| 총수입 | 141,738원 |
| 지출 항목 | 금액 |
|---|---|
| 공연장 대관료 | 278,994원 |
| 총지출 | 278,994원 |
후원금을 통해 이야기 콘서트 <물고기는 물이 없으면 죽어요> 앨범 쇼케이스의 대관비 및 기타 경비를 지출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콘서트를 성사하여 상인 분들과 관객 분들, 연대자 분들과 함께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후원자 님의 후원 덕에 예술해방전선이 지출에 대한 걱정없이 원활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후원자 님께 마음 써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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