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예술해방전선 회원 및 투쟁동지 여러분께
장맛비가 그친 자리에 곧바로 폭염이 들어서는, 그런 7월이었습니다. 아침에 우산을 챙겨 나갔다가 저녁에는 땀에 젖어 돌아오는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계절이 이렇게 사납게 굴 때면 사람의 마음도 함께 지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이 있었습니다. 뙤약볕 아래 피켓을 든 손, 비를 맞으며 마이크를 잡은 목소리, 몇 년째 같은 자리를 지켜온 발걸음이 있었습니다.
예술해방전선이 하는 일은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가서 노래를 부르고 돌아옵니다. 노래 한 곡으로 해고가 철회되지 않고, 기타 한 대로 나무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도 압니다. 다만 혼자 서 있는 사람 곁에 한 사람이 더 서면 그 자리가 조금은 덜 외로워진다는 것, 그것만은 분명하게 믿습니다. 우리가 계속 현장으로 가는 이유입니다.
이번 달에는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618번째 촛불기도회에 함께했습니다. 그리고 곧, 강원도 홍천 풍천리의 잣나무 숲을 지키기 위한 무대가 청와대 앞에 차려집니다. 베어지기 전에 그 숲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더 불러보려는 마음으로, 우리도 그 자리에 섭니다.
여름의 한복판을 건너고 계신 동지 여러분께 안부를 여쭙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지치실 때 잠시 기대실 그늘이 곁에 있기를 바랍니다. 늘 변함없는 후원과 연대로 우리를 지탱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를 담아 7월 소식지를 엽니다. 함께 연대하며, 예술해방전선 드림
베어지기 전에, 풍천리 — 8월 1일 청와대 앞에 숲을 세웁니다

강원도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에는 잣나무 숲이 있습니다. 한두 해 만에 생겨난 숲이 아닙니다. 잣나무는 심고 나서 열매를 보기까지 이십 년 가까이 걸리는 나무입니다. 지금 그 숲에 서 있는 나무들은 이 마을 사람들의 부모가, 그 부모의 부모가 심어놓은 것입니다. 봄이면 가지를 치고 가을이면 잣을 털며 몇 대에 걸쳐 함께 살아온 숲입니다. 풍천리 사람들에게 이 숲은 재산 목록의 한 줄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입니다.
그 숲이 지금 사라지고 있습니다.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사업은 300메가와트 발전기 두 기, 모두 600메가와트 규모의 국책 사업입니다. 2025년 8월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시계획을 승인했고 2026년 1월 본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준공 목표는 2032년입니다. 이미 2024년 이설도로 공사 과정에서만 잣나무 2,256본이 베여 나갔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심어 잣을 얻기까지 이십 년이 걸린다면, 2,256그루가 사라진 자리에서는 사만 년 넘는 시간이 몇 달 만에 지워진 셈입니다.
주민들은 2019년부터 반대해 왔습니다. 올해로 칠 년째입니다. 마을 사람들 대부분은 이미 일흔을 넘겼습니다. 그 나이에 군청 바닥에 앉아 밤을 새웠고, 퇴거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연행됐고, 모두 1,800만 원의 벌금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평생 법정 근처에도 가본 적 없던 노인들이 전과자가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럼에도 마을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물러설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사업이 예정대로 끝나면 풍천리라는 이름이 붙은 땅의 상당 부분은 물에 잠기거나 깎여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오는 8월 1일 토요일, 풍천리양수발전소건설반대대책위와 연대 단위들이 청와대 앞에서 긴급 음악 문화행동 「베어지기 전에, 풍천리」를 엽니다. 슬로건은 '청와대 앞에 숲을 세운다'입니다.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까지, 강민정, 강상석, 경하와 세민과 멍구와 흑염소, 길가는밴드 장현호, 김민정(알마즈), 남수, 물장구클럽, 삼각전파사, ANAZAO, 이서영, 자이, 종이코트, 치핵, 하늘소년까지 열네 팀이 무대에 오릅니다. 장르도 이력도 제각각인 사람들이지만 이날 부르는 노래의 방향은 하나입니다. 강제집행을 멈추라, 벌목을 멈추라, 주민과 다시 대화하라, 사업을 재검토하라.
이 자리는 공연으로 시작하지만 공연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음악을 들으러 왔다가 처음으로 풍천리라는 지명을 알게 되고, 초록 리본에 지키고 싶은 나무의 이름을 적어보고, 서명 한 줄을 남기고 돌아가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늘어난다면 그것으로 이 무대는 제 몫을 합니다. 숲이 베이는 속도보다 이름이 불리는 속도가 빨라야 합니다.
예술해방전선도 이 행동에 함께합니다. 8월 1일 토요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뵙겠습니다. 오시는 길에 아직 이 이야기를 모르는 한 사람과 함께 와주신다면 더없이 고맙겠습니다.
618번째 촛불 — 한국옵티칼·세종호텔 해고노동자 곁에서

촛불이 618번째로 켜졌습니다. 618이라는 숫자 앞에서는 잠시 말문이 막힙니다. 한 번 모이는 데도 마음을 먹어야 하는데, 618번을 모였다는 것은 그 마음을 618번 다시 먹었다는 뜻입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명절 연휴에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날에도 누군가는 초에 불을 붙이고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이 기도회가 마주 선 사업장은 두 곳입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니토덴코의 자회사입니다. 2022년 구미 공장에 불이 난 뒤 회사는 일방적으로 청산을 결정했고,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일터를 잃었습니다. 그 뒤로 삼 년 하고도 일곱 달이 흘렀습니다.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은 불에 탄 공장 옥상에 올라 600일을 버티다 내려왔습니다. 정치권이 해결을 약속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고용승계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세종호텔에서는 2021년 12월, 코로나를 이유로 열두 명이 해고됐습니다. 그중에는 이십 년 넘게 그 호텔에서 일해온 이들도 있었습니다. 사 년이 지나는 동안 생계를 견디지 못한 이들이 하나둘 떠나 이제 여섯 명이 남았습니다. 고진수 지부장은 호텔 앞 10미터 높이 도로구조물 위에서 336일을 지내다 올해 1월에야 땅을 밟았습니다.
7월 23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618번째 촛불기도회가 열렸습니다. 예술해방전선의 남수와 정진석이 그 자리에 섰습니다. 여름 저녁의 광장은 아직 환했고 초를 켜기에는 이른 시간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 밝은 저녁에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래 싸운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일은 늘 조심스럽습니다. 위로한다는 말이 자칫 가벼워질까 봐, 함께한다는 말이 하루 왔다 가는 사람의 인사로 들릴까 봐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노래만 하고 돌아왔습니다. 618번의 촛불 앞에서 예술이 할 수 있는 일은 대단한 것이 아닐지 모릅니다. 다만 619번째 촛불이 켜질 때 그 자리가 조금 덜 외롭기를, 그리고 그 촛불을 끝내 끄게 되는 날이 승리의 날이기를 바랍니다. 그날까지 예술해방전선은 계속 그 곁으로 가겠습니다.
강정의 노래, 서울에서 다시 — 피스앤뮤직캠프 애프터파티 예고

지난 6월, 예술해방전선은 제주 강정에 있었습니다. 해군기지가 들어선 지 십 년이 된 강정마을에서 '제3회 강정 피스앤뮤직캠프'가 열렸고, 음악가 오십여 팀이 이틀 밤 사흘 낮 동안 '전쟁을 끝내자'는 한 문장을 각자의 방식으로 노래했습니다. 낮에는 강정천에서 물놀이를 하고 저녁에는 끝내장터에서 밥을 나눠 먹었으며 밤이 깊으면 달빛 아래 오픈마이크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캠프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그 사흘이 자주 떠올랐습니다. 강정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과도 금세 이름을 부르게 되고, 무대에 선 사람과 앉아서 듣는 사람의 구분이 흐려집니다. 그런 감각은 도시로 돌아오면 쉽게 옅어집니다. 그래서 한 번 더 모이기로 했습니다.
오는 8월 말, 서울에서 강정 피스앤뮤직캠프 애프터파티가 열립니다. 강정에 다녀온 분들에게는 그해 여름을 다시 꺼내 보는 자리입니다. 강정에 가보지 못한 분들은 그곳이 어떤 곳인지 여기서 처음 만나시게 됩니다. 사진과 영상으로 캠프의 사흘을 함께 돌아보고, 그날의 무대를 서울에서 다시 이어갈 예정입니다.
세부 일정과 장소는 확정되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여름의 끝자락, 강정의 노래를 서울에서 다시 듣는 저녁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많이 기다려 주시고, 그날 꼭 함께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6월 회계보고
| 수입 항목 | 금액 |
|---|---|
| CMS 정기후원 | 59,300원 |
| 총수입 | 59,300원 |
| 지출 항목 | 금액 |
|---|---|
| 지출 없음 | |
| 총지출 | 0원 |
지난 6월 한 달 동안 동지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CMS 정기후원은 모두 59,300원이었습니다. 크지 않은 액수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돈은 누군가의 통장에서 매달 잊지 않고 빠져나온 돈이고, 그 잊지 않음이 우리를 여기까지 오게 했습니다.
6월에는 지출이 한 건도 없었습니다. 강정 캠프를 비롯한 여러 현장 활동이 있었지만 동지들이 각자 차비와 밥값을 감당하며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후원금 59,300원은 한 푼도 쓰이지 않고 그대로 남았습니다.
6월 한 달 동안 59,300원이 더해져, 전월 잔액 226,484원에서 현재 잔액 285,784원이 되었습니다.
저희는 이 숫자를 매달 그대로 공개합니다. 액수가 적어서 부끄러웠던 적도 있지만, 적은 돈이라도 어떻게 들어와 어떻게 쓰였는지를 감추지 않는 것이 후원해 주신 분들께 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보내주신 마음을 허투루 쓰지 않겠습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