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예술해방전선 후원회원 및 투쟁동지 여러분께
2026년의 새로운 태양이 떠올랐습니다. 아직 대지는 꽁꽁 얼어붙어 있고, 입을 열면 하얀 입김이 흩어지는 1월의 한복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가장 매서운 추위가 닥쳐온다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대지의 깊은 곳에서 생명의 태동이 가장 치열하게 시작되었다는 신호임을 말입니다. 엄혹한 추위 속에서도 서로의 언 손을 녹이며 희망의 불씨를 지켜온 동지 여러분께, 새해의 첫 인사를 올립니다.
해는 바뀌었지만, 우리가 서 있는 '현장'의 온도는 여전히 차갑습니다. 자본과 권력의 논리는 더욱 교묘해지고,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이웃들의 삶은 여전히 위태롭습니다. 그렇기에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은 막연한 설렘보다는, 신발 끈을 다시 단단히 동여매는 결연함에 가깝습니다.
지난 2019년 10월, 구 노량진수산시장의 처참한 파괴 현장에서 '예술해방전선'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모였던 그날을 기억합니다. 고령의 상인들을 향한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 우리는 예술이 단순히 소비되는 장식품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지키는 무기이자 방패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로부터 6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그 초심을 벼려봅니다.
우리는 여전히 '고정된 실체'보다는 '움직이는 연대'를 지향합니다. 지난 시간 우리가 현장에서 배운 것은, 조직이 비대해지고 권력화되는 순간 순수한 연대의 정신은 빛을 잃기 쉽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2026년에도 예술해방전선은 거대한 성(城)을 쌓기보다, 필요하면 모이고 소임을 다하면 흩어지는 바람과 같은 자유로움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이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파적 이익이나 조직의 보전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고통받는 민중이 있는 '바로 그 현장'에 가장 민첩하고 순수하게 가닿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가진 예술적 재능이 그 어떤 정치적 협잡에도 오염되지 않고, 오로지 약자들의 해방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스스로를 끊임없이 경계하고 갱신하겠습니다.
동지 여러분, 올 한 해도 우리는 반(反)산업적인 예술, 투쟁하는 민중과 호흡하는 거친 예술의 길을 뚜벅뚜벅 걸어갈 것입니다. 비록 그 길이 화려한 조명도, 안락한 보상도 없는 가시밭길일지라도, 서로의 눈빛을 등불 삼아 걷는다면 그 길은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동서울터미널 투쟁의 승리처럼, 우리가 함께 뿌린 씨앗들이 언젠가 단단한 열매가 되어 세상의 변화를 증명할 것이라 믿습니다. 예술해방전선이라는 이 작은 그릇에 담긴 연대의 마음들이, 2026년에도 험난한 현장을 적시는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될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십시오.
새해, 동지 여러분의 삶과 투쟁의 자리에 강건한 평화가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뜨거운 가슴으로 다시 뵙겠습니다.
함께 연대하며,예술해방전선 드림
구럼비의 눈물이 흐르던 곳 다시 평화의 노래가 피어납니다

제3회 강정피스앤뮤직캠프 개최 준비 소식
동지 여러분, 제주 강정마을을 기억하십니까? 육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도 비릿한 바다 내음이 실려 올 때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곳을 떠올립니다. 국가라는 거대한 폭력이 아름다운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했는지, 그리고 그 폐허 위에서도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부둥켜안고 '진짜 평화'를 지켜냈는지 똑똑히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빼앗긴 민주주의, 파괴된 공동체, 그러나 꺾이지 않은 존엄
강정의 투쟁은 단순히 군사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간절한 몸부림이자, 국가 폭력에 맞선 인간 존엄의 선언이었습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주민 90%가 반대했음에도 "이미 결정된 국책 사업"이라며 밀실 야합으로 강행된 '가짜 민주주의'의 민낯을. 평화롭게 저항하는 주민들을 향해 수천 명의 경찰 병력이 투입되어 마을 전체가 거대한 감옥으로 변했던 그날들을 잊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가슴을 찢어놓았던 것은 '구럼비'의 발파였습니다. 1.2km에 달하는 거대한 한 덩어리의 바위, 마을 사람들에게는 신성한 제단이자 놀이터였고 살아있는 형제와도 같았던 구럼비가 화약에 터져나가던 2012년 3월. 주민들은 자신의 살점이 뜯겨나가는 고통 속에 울부짖어야 했습니다.
국가는 '평화의 섬' 제주에 총칼로 무장한 기지를 세우며 그것을 평화라 불렀지만, 우리는 압니다. 진정한 평화는 미·중 갈등의 최전선이 되어 전쟁의 공포를 이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웃으며 물질하고 자연과 공존하는 평범한 일상 속에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수백 년을 함께해 온 이웃이 갈라지고, 평생 법 없이 살던 할망, 하르방들이 전과자가 되는 고통 속에서도 강정의 사람들은 외쳤습니다. "우리는 기지를 막지는 못했지만, 평화가 무엇인지 몸으로 배웠고,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인간의 존엄을 보여주었다"고 말입니다.
다시, 강정에서 평화를 노래합니다
비록 거대한 콘크리트 기지는 세워졌지만, 강정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 그리고 여전히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과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것이 우리의 남은 싸움입니다.
그 뜨거운 연대의 장, '제3회 강정피스앤뮤직캠프'가 오는 6월, 강정에서 열립니다.
일시: 2026년 6월 5일(금) ~ 6월 7일(일)
장소: 제주 강정체육공원
벌써부터 뜨거운 호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32팀의 음악가들이 출연을 확정 지었으며, 최종적으로는 약 50~60팀의 예술가들이 강정의 하늘과 바다를 음악으로 채울 예정입니다. 장르와 세대를 불문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수많은 예술가가 악기를 들고 구럼비의 넋을 위로하며 '진짜 평화'가 무엇인지 노래할 것입니다.
총칼로 지키는 가짜 평화가 아닌, 노래와 춤, 그리고 맞잡은 손으로 만드는 진짜 평화의 축제. 국가가 할퀸 상처를 예술로 어루만지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이 소중한 자리에 예술해방전선 동지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6월, 강정에서 뵙겠습니다.
강정피스앤뮤직캠프
[음반 소식] 우리 시대의 우디 거스리
'김동산과 블루이웃'의 기록이 음반으로 탄생합니다

수원 장안문 성곽길 옆, 오래된 LP들이 돌아가는 공간 '롱플레이어'의 주인장. 하지만 우리에게는 투쟁의 현장 어디선가 낡은 기타를 둘러매고 나타나던 '출장작곡가' 김동산 동지로 더 익숙한 이름입니다. 그가 이끄는 밴드 '김동산과 블루이웃'의 새 앨범 작업이 드디어 막바지에 다다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누군가는 그를 두고 "지금 한국에 사는 우디 거스리"라고 부릅니다. 또 누군가는 25년 전 종로 거리에서 시대의 모순을 노래하던 정태춘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우디 거스리도, 정태춘도, 그리고 김동산도 그 시대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삶을 노래하기 때문입니다.
김동산 동지는 해고 노동자,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쫓겨나는 상인 등 소외된 이들이 부르면 어디든 달려가 그들의 사연을 듣고 곡을 만들었습니다. 그의 대표곡 '아현포차 30년사'처럼, 그의 노래 속 이야기는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현장의 펄떡이는 생명력과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 자체로 '역사의 기록'이자 시대를 증언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이번 앨범은 김동산 동지 혼자가 아닌, 밴드 '블루이웃'과 함께 빚어낸 결과물입니다. 블루스도, 록도, 그 어떤 음악도 결국은 가장 고단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근본적인 깨달음을 담아, 더욱 풍성하고 깊이 있는 사운드로 현장의 이야기를 완성해가고 있습니다. 옛 포크 음악처럼 입에서 입으로 구전되지는 않더라도, 지금 여기, 대중음악이 놓치고 있는 가장 뜨거운 울림을 전해줄 것입니다.
현재 앨범 작업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곧 텀블벅을 통한 크라우드 펀딩(선구매)이 열릴 예정입니다. 현장의 땀과 눈물, 그리고 꺾이지 않는 삶의 의지를 담은 이 귀한 앨범이 무사히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동지 여러분의 힘을 보태주십시오.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노래가 가장 멀리 울려 퍼질 수 있도록, '김동산과 블루이웃'의 새 앨범 펀딩에 뜨거운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펀딩 링크는 추후 공지될 예정입니다.)
새, 나뭇잎, 고양이 그리고 강


지난 1월 17일 토요일,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던 수원 화서문로의 밤. 하지만 문화공간 DOT(닷)으로 향하는 지하 계단을 내려가는 순간, 바깥의 추위는 금세 잊혀졌습니다. 수원 문화의 인큐베이터라 불리는 이곳은 이미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관객이 찾아와, 지역 예술가들을 응원하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날 우리는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 네 명의 아티스트가 펼쳐 보인 각기 다른 네 개의 우주를 여행했습니다.
첫 문을 연 남수는 무대 위를 자유롭게 비행하는 새 그 자체였습니다. 포크와 블루스, 재즈의 경계를 허무는 그녀의 음악은 숲을 두드리는 딱따구리처럼 우리의 무뎌진 감각을 기분 좋게 두드렸습니다. 정형화된 틀을 거부하는 그녀의 퍼포먼스는 관객들에게 '자유'라는 벅찬 해방감을 선물했습니다.
이어지는 여울의 무대는 숲속의 휴식이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유연한 그녀의 목소리가 공간을 채우자, DOT의 지하 공간은 어느새 청량한 숲으로 변했습니다. 꾸며내지 않은 자연스러움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어루만진 그녀의 노래는, 지친 일상에 건네는 따뜻한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었습니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하루살이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도발적이고 사랑스러운 충격이었습니다. "조금 구리면 어때?"라며 완벽주의에 반기를 든 이들의 로파이(Lo-fi) 사운드는, 거칠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관객들을 무장해제 시켰습니다. '의도된 불완전함'이 주는 묘한 쾌감과 키치한 감성은 새로운 세대의 예술이 가진 생동감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강가히말라야는 깊은 울림으로 좌중을 압도했습니다. 인도 아우로빌의 토양에서 자란 그녀의 음악은 거대한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잇는 다리였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흐르는 그녀의 목소리에 맞춰 관객들은 숨을 고르고, 바쁜 일상의 시간을 잠시 멈춘 채 깊은 사색에 잠겼습니다.
예술가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신 수많은 관객 여러분. "아티스트들의 예술 활동을 공연 관람으로 지원해주세요"라는 외침에 이토록 뜨겁게 응답해 주신 여러분이 있었기에, 이날의 밤은 더욱 빛날 수 있었습니다.
네 가지 색깔의 여행을 함께 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지역 예술가들의 비행에 든든한 활주로가 되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2월 예술해방전선 회계보고
| 수입 항목 | 금액 |
|---|---|
| CMS 정기후원 | 106,000원 |
| 총수입 | 106,000원 |
| 지출 항목 | 금액 |
|---|---|
| CMS 수수료 | 34,000원 |
| 뮤지션 식사비(내란 1년 광진구 문화제) | 70,000원 |
| 총지출 | 104,000원 |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길목, 지난 12월 한 달간의 재정 운용 내역을 동지 여러분께 투명하게 보고드립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동지 여러분이 보내주시는 온기 덕분에, 예술해방전선은 지난달에도 훈훈하게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지난 12월, 동지 여러분의 변함없는 지지로 106,000원의 CMS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계절은 겨울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지만, 매달 도착하는 여러분의 후원금은 언제나 우리에게 가장 따뜻한 봄볕과 같습니다.
지출 내역은 총 104,000원입니다. 기본 운영을 위한 CMS 수수료(34,000원) 외에, 70,000원의 식사비 지출이 있었습니다. 이는 지난 '내란 1년 광진구 문화제' 현장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연대 공연을 펼쳐준 뮤지션 동지들과 함께한 식사 비용입니다. 무대 위에서 뜨겁게 노래한 동지들과 나눈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서로의 언 몸과 마음을 녹이며 전우애를 다지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수입과 지출을 정산한 결과 12월에는 2,000원의 소폭 흑자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따라 전월(11월) 잔액 231,196원에 더해, 현재 총 233,196원의 잔액이 적립되었습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현장을 지키는 동지들을 챙기고도 재정이 줄지 않고 조금이나마 늘었다는 것은 우리의 살림이 그만큼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보내주신 소중한 후원금이 허투루 쓰이지 않고, 연대의 현장에서 사람을 챙기고 마음을 나누는 데 쓰일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2026년 새해에도 보내주신 신뢰에 보답하며, 투명하고 따뜻하게 재정을 꾸려나가겠습니다.
함께해주시는 모든 후원회원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