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예술해방전선 후원회원 및 투쟁동지 여러분께,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7월, 한여름의 열기 속에서도 평화를 향한 우리의 염원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싸워온 수많은 이들의 땀과 눈물을 기억하며, 우리는 그들의 헌신 위에 오늘을 딛고 서 있음을 되새깁니다.
2019년 10월,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겪은 폭력적인 현실에 맞서 예술가들이 뭉쳐 '예술해방전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특정 이슈에 대한 반응을 넘어, 약자들을 보호하고 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 해방시키며, 예술 그 자체도 소비주의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우리의 깊은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예술해방전선은 지난 15년간 현장 중심의 유연한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사회적 연대를 실천해 왔습니다. 노량진역 앞에서 매주 금요일 문화제를 개최하며 상인들의 투쟁을 지원하고, 강정마을과 전국 각지의 활동가, 예술가들을 응원하며 음악으로 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투쟁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사진, 영상, 음악 등의 기록 작업으로 담아내고, 이를 통해 연대 활동을 펼쳐내며 예술 제작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이 현장의 위기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해산하는 우리의 방식은 어떠한 권력이나 조직 논리에도 얽매이지 않는 순수한 연대를 가능하게 합니다.
7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우리는 멈추지 않고 약자들의 편에 서서 예술로 연대하며,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을 것입니다. 민중과 함께 호흡하는 현장 예술을 피워내는 이 길은 결코 쉽지 않지만, 후원회원님과 동지 여러분의 굳건한 지지가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이 이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고,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작은 씨앗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평화와 해방을 향한 예술의 힘을 믿으며,
예술해방전선 드림
1. 풍천리 마을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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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싱그러움이 절정에 달하던 어느 날, 예술해방전선은 풍천리로 향하는 길에 올랐습니다. 굽이진 아스팔트 길을 세 시간여 달려 도착한 풍천리 마을회관 앞은, 7년간의 고단한 싸움으로 지쳐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깊은 산세가 드리운 서늘한 바람과 풍성한 나무 그늘 아래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저 너머에 펼쳐진 거대한 잣나무 숲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처럼 짊어진 이들의 눈빛은, 간절한 염원과 굳건한 의지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 축제가 열려야만 했던 이유, 이들이 노래를 불러야만 했던 절박함은 마을을 휘감고 있는 거대한 그림자에 있었습니다. 2019년, 한국수력원자력은 1조 5천억 원 규모의 양수발전소 건설을 예고했고, 이는 51가구가 수십 년간 일궈온 삶의 터전을 통째로 물에 잠기게 할 위협이었습니다. 단순히 집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잣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는 국내 유일의 잣나무 자연림, 천연기념물 산양과 멸종위기 1급 수달의 서식지, 맑은 홍천강의 발원지인 이곳의 모든 생명 역사가 지도 위에서 지워질 위기에 처한 것입니다.
더욱 기막힌 것은, 이 모든 희생으로 만들어낼 전기가 단 1와트도 홍천 주민들을 위해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모든 전력은 서울과 수도권의 불을 밝히기 위해 송전된다는 명백한 ‘에너지 부정의’ 앞에서, 주민들은 7년간 외로운 싸움을 이어왔습니다. 수차례의 강제 철거와 연행의 아픔 속에서도 그들이 외치는 것은 단 하나, "우리는 그저 살던 대로 살고 싶습니다"라는 소박한 절규였습니다. 이날의 축제는 바로 그 절규가 터져 나와 만든, 서럽고도 아름다운 응답이었습니다.
음악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축제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마을 어머님들이 커다란 솥 여러 개를 걸고 땀 흘리며 밥을 짓고 나물을 무치는 손길에서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퍼져 나왔고, 이내 그릇에 담긴 채소비빔밥이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어 아직은 서먹한 얼굴들이 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비로소 서로를 마주 보았습니다. 숟가락을 부딪치고, 더 맛있어 보이는 반찬을 서로 권하며, 우리는 하나의 밥상을 이루었습니다. 투쟁은 구호나 깃발이 아니라, 이렇듯 서로의 끼니를 챙기고 안위를 묻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에서 시작되곤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온기 위에서, 비로소 오후의 음악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예술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아픔에 공명했습니다. 어떤 예술가들은 무대에 오르기 직전까지 자신을 가다듬으며 외부와 거리를 두지만, 자이(Jai)는 축제가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풍천리 주민들과 한데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마을 어르신이 따라주는 소주잔을 스스럼없이 받아들고, 그들의 구수한 농담에 능글맞게 웃음을 터뜨리는 그녀의 모습은, 이미 마을의 일부가 된 듯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마을의 일부로 존재하던 그녀가 무대 위로 올랐을 때, 그녀는 마이크를 잡은 '가수'이기 이전에, 방금 전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이웃'이었습니다. 그 발그레한 얼굴에는 무대의 긴장감 대신, 사람들과 나눈 온기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첫 소절을 읊조리는 순간, 그날의 축제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삶의 희로애락과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심연을 건드리는 보편적인 언어가 담겨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구호를 외치는 대신 눈을 감았고, 발을 구르는 대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녀의 음악은, 투쟁의 언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었던 각자의 슬픔과 그리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을 수 없는 희망들을 가만히 꺼내어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음악은 때로는 상처의 공유이자, 연대의 증언이 되곤 합니다. '소성리 대스타' 정진석이 무대에 섰을 때, 저는 그가 짊어지고 온 8년의 세월을 보았습니다. 본래 미술 작가였던 그는, 소성리에서 국가가 할머니들에게 가하는 폭력을 목격하고 그들의 이웃이 되었습니다. 그의 음악은 바로 그 삶의 흙먼지 속에서 태어났습니다. 투박하지만 흥겨운 블루스 리듬 위로, 그는 우리가 사는 이 땅의 부조리를 해학으로 꼬집었습니다. "싸드기지 들어왔네… 그렇게 들어선 기지 주소, 캘리포니아." 이 기막힌 아이러니를 통해 그는 통렬하게 외쳤습니다. "이 땅이 니 땅이가, 이 땅이 내 땅이가! 이 땅은 니 땅 아이다, 이 땅은 우리 땅이다!" 풍천리의 싸움과 맞닿아 있는, 땅에 뿌리 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한 사람들의 박수 소리가 멎지 않았습니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오재환의 무대는 고요했지만, 그 어떤 외침보다 무거운 파장을 남겼습니다. 그 역시 소성리에서 쓴 노래 '그래도'를 불렀습니다. 얼굴과 이름을 가린 채 "작은 글씨로 가득 찬 번쩍거리는 종이"를 내밀고 "이곳은 사실 나라의 땅인데 어느 나란지는 너랑 상관이 없다고" 말하는 국가 폭력의 모순된 모습을 담담히 그려냈습니다. 그러나 "그래도 이게 나의 땅이라고"라고 읊는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 이 '그래도'라는 세 글자에는 모든 논리를 뛰어넘어 자신의 존재 자체를 건 저항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슬픔과 분노로만 채워질 것 같던 축제의 공기는, 모레도토요일의 무대에서 한순간 맑게 정화되었습니다. 제주 강정의 아픔 속에서 태어난 이 듀오의 맑고 투명한 화음은, '초록'이라는 노래를 통해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를 되새기는 고요한 성찰의 시간을 선사했습니다. "바람에 흔쾌히 파르르르 몸을 떠는 그런 용감한 사람이 되고 싶어", "언제고 어디서고 누군가의 곁이 되는 그런 넓다란 사람이 되고싶어"라는 노랫말을 통해, 그 공간에서 이미 숨 쉬고 있는 연대에 이름을 붙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날 풍천리에는 주소도, 살아온 내력도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서울의 아스팔트 위에서, 수원의 음반 가게에서, 멀리 성주의 들판에서 달려 온 낯선 이들이, 풍천리 주민들의 닳아버린 얼굴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 왜 왔느냐고 묻는다면,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유의 뿌리는 결국 하나, ‘곁이 되어주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날 풍천리에서 그들의 노래는, 가장 부드럽고 서정적인 목소리로 가장 강인한 저항의 이유를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초록’이 되어, 무럭무럭 자라나 이 땅을 다시 뒤덮어야 한다는, 그날의 축제가 던진 가장 아름답고도 명확한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축제의 심장이 터지는 순간이 왔습니다. 길가는밴드의 장현호가 무대에 섰습니다. 힘차고 신나는 포크송, ‘우리는 마침내 서로의 용기가 되어’가 시작되자, ‘용기’라는 단어는 새로운 의미를 얻었습니다. 그것은 먼 길을 달려와 준 이름 모를 이들의 용기, 한여름 뜨거운 솥 앞에서 땀 흘리며 밥을 짓던 어머님의 용기, 처음 보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환대하던 그 모든 작은 몸짓들이었습니다. 장현호의 노래는 그 모든 흩어져 있던 용기들을 하나로 모아, 거대하고 눈부신 연대의 형상으로 되돌려주었습니다.
장현호가 불붙인 연대의 열기를, 김동산과 블루이웃이 묵직하고 활기찬 밴드 사운드로 이어받아 폭발시켰습니다. 이 하루의 연대를 위해 수원에서부터 직접 드럼과 앰프 등 모든 악기를 싣고 온 그들의 헌신은, 무대가 시작되자마자 강력한 에너지로 증명되었습니다. 묵직한 드럼 비트와 베이스라인이 잣나무 숲의 공기를 뒤흔들었고, 그들의 록은 사람과 세상을 진동시키는 우렁찬 외침이 되었습니다. 쫓겨날 위기 속에서도 신념과 용기를 잃지 않았던 조옥선 사장님의 이야기를 담은 서촌 ‘통영생선구이 블루스’는, 억압에 굴하지 않는 민중의 건강한 생명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슬픔에 주저앉기보다, 그 슬픔을 끌어안고 함께 연대하며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역동적이고 힘찬 무대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노래 ‘물결’을 시작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라는, 인류의 비극을 다루는 노래였습니다. 활기찬 밴드 사운드와 함께, 그의 목소리는 아득한 기억 속으로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찬란한 기억 속에 그 사람들, 다들 똑같은 옷을 입고 한바탕 축제를 했지." 개발과 경쟁에 매몰되지 않고, 서로 정겹게 어울리며, 함께 웃고 사랑하던 우리 모두가 마음 한켠에 간직하고 있는 잃어버린 낙원, 대동세상의 모습. 그러나 그 찬란한 기억 위로, 노래는 비극의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웃음이 지나가고 모닥불도 꺼지면, 회색 연기와 한숨만이, 회색 연기와 눈물만이." 그 아름답던 축제는, 인간의 오만이 불러온 재앙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모든 것을 앗아간 회색 연기. 노래는 그 비극이 "수레바퀴처럼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구절이 힘찬 드럼 비트 위에서 울려 퍼질 때, 후쿠시마의 비극은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개발과 성장의 이름 아래, 또 다른 ‘회색 연기’와 ‘눈물’을 예고하는 풍천리의 운명과 정확히 겹쳐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던져진 질문, "무엇이 아름다움인지를." 김동산의 음악은 이 질문 하나를 위해 달려온 것만 같았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바로 눈앞의 이 잣나무 숲이고, 평화로운 마을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모든 것이라고, 그의 음악은 모든 소리를 다하여 외치고 있었습니다.
모든 감정이 최고조에 오른 뒤, 축제의 가장 마지막 순서가 찾아왔습니다. 무대에 오른 이는 삼각전파사였습니다. 그의 무대는 집으로 돌아가는 모두에게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해 뜨는 집’이라는 노래를 통해, 왜곡된 신디사이저와 파편화된 비트로 이루어진 치밀한 음향적 건축물을 쌓아 올렸습니다. 그것은 이 시대의 부조리를 표현하기 위한 가장 적확한 사운드였습니다. 나지막이 읊조리는 가사는 ‘기름진 영혼과 살찐 마음의 폐허’를 고발하고, “‘부유한 자들아 화 있을진저, 너희는 너희의 위로를 이미 받았도다’”라며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 노이즈의 핵심에서, 가장 처절하고 숭고한 서약이 흘러나왔습니다. “오 브라더, 애들에게 말해 우리처럼 살지 말라고.” 그것은 이 고통의 고리를, 이 부조리한 싸움을, 반드시 우리 세대에서 끊어내고 말겠다는 비장한 약속이었습니다. 그의 무대는 축제를 안일한 해피엔딩으로 봉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직시하고, 돌아간 후에도 계속 싸워야 할 이유를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겨 넣는, 용감하고도 장엄한 마무리였습니다.
음악은 흩어졌고 사람들은 떠났습니다. 어스름이 내리는 숲길을 따라 마을을 나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에, 풍천리 주민들이 잣 한 봉지와 꿀 한 병을 쥐여주셨습니다. 그것은 이 숲과 이 향기와 맛을 기억해달라는, 우리를 잊지 말고 이 싸움에 끝까지 함께해달라는,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간절한 부탁이기도 했습니다.
예술이 세상을 직접 바꿀 수는 없을지 모릅니다. 굴착기 한 대를 막아내지는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날 풍천리에서, 예술은 세상을 바꾸려는 사람들을 결코 혼자 두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상처를 확인하고, 서로의 용기가 되어주고, 마침내 함께 싸워나갈 것을 서약하게 했습니다. 그날의 노래들은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남아, 앞으로 이어질 기나긴 싸움 속에서 가장 지치지 않는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풍천리의 잣나무 숲이 온전히 푸르를 그날까지, 우리는 그 순간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2. 하루살이 프로젝트 2: 알 수 없는 느낌 발매


뜨거운 여름의 한가운데, 관습적인 청취의 경험을 전복하고 새로운 예술적 질문을 던지는 역작이 마침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하루살이 프로젝트 2: 알 수 없는 느낌』입니다. 오는 7월 22일 음원 발매를 시작으로, 7월 26일 쇼케이스를 통해 첫 음반 공개와 함께 이 독특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마련합니다.
디지털 시대의 완벽주의가 강요하는 매끄러운 표면 아래, 우리는 종종 진정한 감각의 의미를 잃어버리곤 합니다. '하루살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의도적으로 '균열'을 만들고 '불완전함' 속에서 진정한 미학적 가치를 탐색합니다. 이 앨범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현대 사회의 소음과 단절된 감각들을 재조립하여 우리를 성찰의 여정으로 이끄는 하나의 '경험'입니다.
'하루살이 프로젝트'의 아티스트는 전통적인 작곡가의 역할을 넘어, 소리의 '고고학자'이자 '연금술사'로서 기능합니다. 그는 최첨단 가상악기의 세련된 광택 대신, 우리 주변의 디지털 폐허 속에 잊힌 소리들과 파편화된 음향들을 채집합니다. 마치 고장 나기 직전의 앰프에서 터져 나오는 듯한 건조한 퍼즈 기타 톤('사람생각'), 8비트 게임기를 연상시키는 리드 신시사이저는 의도적인 기술적 한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이는 미숙함이 아닌, 원본과 복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진 디지털 시대의 리얼리티를 역설적으로 구현하려는 치밀한 전략입니다.
정제되지 않은 현장음과 사적인 대화 샘플('새우 까주는 사람', '다 니맘때로')은 구체 음악(Musique Concrète)의 현대적 계승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발견된 소리'의 미학은 앨범 전체에 다큐멘터리적 질감을 부여하며, 청자를 아티스트의 지극히 사적인 시공간으로 초대합니다. 완벽하게 통제된 스튜디오의 인공성에 반기를 들고, 삶의 예측 불가능하고 불완전한 단면이야말로 예술의 가장 진실한 원천임을 웅변하는 것입니다.
이 앨범의 진정한 성취는 개별 사운드의 실험을 넘어, 그것들을 엮어 한 편의 서사를 완성하는 독창적인 연출력에 있습니다. '말 필요없는 노래'에서는 인물의 격정적인 내면을 대변하는 듯한 웅장하고 키치한 오페라풍 신시사이저와, "안녕하십니까", "잘 부탁드립니다"와 같은 감정 거세된 사회적 언어들이 유령처럼 떠다닙니다. 이는 우리의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거대한 감정을 우리의 일상 언어가 얼마나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가에 대한 통렬한 비판입니다.
'예술가는술담배마약커피없이못사나요'는 성스러운 합창으로 시작해 제목의 거창한 클리셰를 비웃듯 유치하고 직선적인 펑크 록으로 돌변하는 파격적인 구성을 선보입니다. 이는 예술가에 대한 낭만화된 통념을 지극히 세속적인 차원으로 끌어내려 조롱하는 고도의 풍자입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맥락의 소리를 충돌시켜 제3의 의미를 창조하는 방식은, 앨범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몽타주 시퀀스로 기능하게 합니다. '알수없느낌', '다 니맘때로'와 같은 의도적인 트랙 제목 오기(誤記)는 사전적 의미와 문법적 정확성이라는 '규칙의 폭력'에 대한 반란이자, 감정을 제대로 '발음'조차 할 수 없는 원초적 상태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입니다.
2000년대 초 곤충스님 윤키와 아마츄어증폭기가 한국 실험음악의 새 지평을 열었듯이, '하루살이 프로젝트'는 이러한 실험정신을 계승하면서도 2025년의 감각으로 완전히 새롭게 해석합니다. 특히 아마츄어증폭기가 추구했던 '적나라함'과 '진실함'의 미학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점은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이 모든 실험과 부조리, 유머와 비판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13번 트랙 '집중 두 시간'에서 가장 순수하고 극단적인 형태로 귀결됩니다. 기계의 저주파 험 노이즈와 신경을 긁는 고주파음이 오래도록 지속되는 이 파격적인 마무리는, 화려한 피날레를 기대하는 청취의 관성을 배반하며 창작하는 정신의 배경 소음과도 같은 진공상태로 앨범을 끝맺습니다.
『하루살이 프로젝트 2: 알 수 없는 느낌』은 당신의 귀에 익숙한 모든 것을 의심하게 하고,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소음과 음악의 경계를 위태롭게 넘나듭니다. 알고리즘으로는 분석하기 어렵고, 장르로는 분류하기 모호한 이 음악은 예측 불가능하기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바로 그 균열과 소음, 서투름과 조악함 속에서 우리는 동시대 그 어떤 매끈한 사운드보다 더 진실하고 강렬한 '느낌'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음악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사유하기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2025년 한국 대중음악 씬이 기록해야 할 가장 중요한 '아름다운 실패'이자 눈부신 성취입니다. 잊고 있던 감각의 폐허를 탐사하고 그 속에서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보물을 발견하는, 지독하게 흥미로운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하루살이 프로젝트 2: 알 수 없는 느낌』 발매 및 쇼케이스 안내
음원 발매: 2025년 7월 22일 (월)
쇼케이스 및 음반 첫 공개: 2025년 7월 26일 (금)
3. 삼각전파사 『디스토피아 2025』: 차가운 전자음, 뜨거운 저항의 언어로 시대를 해부하다

『디스토피아 2025』는 민중음악이 전통적으로 취해온 포크, 록, 판소리의 형식을 과감히 벗어던집니다. 왜곡된 신디사이저와 급진적인 전자음향으로 가득 채워진 이 앨범은, 차가운 기계음 속에 역설적으로 가장 뜨거운 저항의 메시지를 담아냅니다. 이는 한국 음악사에서 유례없는 시도이며, 전자음악이라는 언어로 현실의 모순을 해부하는 삼각전파사의 탁월한 통찰을 보여줍니다.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우리 시대의 아픔을 독특한 사운드 스케이프로 형상화합니다. 재개발 현장의 폭력을 그로테스크한 사운드로 풀어낸 '땅거미 Z', 자본주의의 비인간성을 구현한 '그리마 X', 산업 현장의 기계적 착취와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반복적 리듬의 '물결' 등은 기계음과 노이즈 속에서도 인간적인 절규와 연대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디스토피아 2025』는 1980년대 민중음악이 다루었던 통일, 민족, 민주화와 같은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우리 곁의 절박한 현실로 시선을 돌립니다. 쫓겨나는 세입자, 산업재해로 스러져간 노동자, 생존을 위해 싸우는 상인 등 신자유주의 시대의 디스토피아를 고통받는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포착합니다. 특히 '그들은 이 골짜기의 아름다운 소리를'은 성주 소성리 주민들의 평화로운 저항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추상적 구호가 아닌 지금 이 순간 고통받는 이웃들의 목소리를 담아냄으로써 민중음악의 새로운 지향점을 제시합니다.
또한, 이 앨범은 영국 민요 'House of Rising Sun'을 전자음향으로 재해석하고 한국어 버전으로 재탄생시킴으로써, 저항의 보편성과 현재성을 동시에 획득합니다. 이는 민중음악의 국제연대적 전통을 현대적으로 갱신하고, 실험전자음악의 언어로 저항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삼각전파사는 『디스토피아 2025』를 통해 우리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디스토피아의 시대에 민중음악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전자음악의 실험성은 어떻게 저항의 언어가 될 수 있는가? 음악의 정치성은 어떻게 현재화될 수 있는가?
1980년대 민중가요가 통기타와 장구로 시대의 아픔을 노래했다면, 삼각전파사는 전자음향으로 2025년의 현실을 해부합니다. 이는 저항 음악의 문법 자체를 현대화하려는 시도이자, 우리 시대가 간절히 필요로 하는 새로운 저항의 언어입니다. 『디스토피아 2025』는 2020년대 한국 민중음악의 새로운 이정표이자, 한국 실험음악의 지평을 확장하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4. 6월 예술해방전선 회계보고
| 수입 항목 | 금액 |
|---|---|
| CMS | 76,000원 |
| 총수입 | 76,000원 |
| 지출 항목 | 금액 |
|---|---|
| 지출 없음 | |
| 총지출 | 0원 |
지난 6월 한 달간의 재정 현황을 보고드립니다. 2025년 6월에는 총수입 ₩ 61,600에 비해 총지출 ₩ 0원으로, 재정이 흑자로 전환되었습니다. 강정마을 피스앤뮤직캠프와 같은 외부활동이 있었지만 재정을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입니다.
예술해방전선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재정 운영을 위해 늘 노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민중과 함께하는 현장 예술 활동을 지속하고 더욱 건강한 연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후원회원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현장에서의 예술 활동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여러분의 후원금이 투쟁 현장에서 희망을 만드는 소중한 밑거름이 됩니다. 앞으로도 투명하고 소중하게 사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