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해방전선 11월 소식지
안녕하세요, 예술해방전선의 세번째 소식지를 전해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 달에도 현장 예술가들의 작업을 소식지를 통해서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소식지에는 박산들 작가의 그림과 뮤지션 세민의 음악, 황경하의 사진, 그리고 다시 재개되는 노량진수산시장 투쟁문화제에 대한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위드코로나 계획이 진행이 되면서 예술을 현장에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기쁘고 설렙니다. 상인 분들에게 잘 녹아들어 함께 힘과 용기가 날 수 있는 문화제를 준비하겠습니다.
구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상인들이 겪고 있는 참상을 목격한 예술가들이 2019년 10월부터 '예술해방전선'이라는 이름으로 모이게 되었습니다. 이름이 예술해방전선이 된 이유는 예술을 무기로 이용하여 압제자들로부터 민중을 해방시키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소비사회의 덫에 붙잡혀버린 예술 그 자체도 해방시키고자 하는 열망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술해방전선에서는 민중을 향하는 예술을 지향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아직 젊은 예술가들이고 반산업적인 방식이기에 험난한 가시밭길을 예상합니다. 현장예술을 향한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예술해방전선이라는 작은 화분을 같이 가꾸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음 세대에 전해줄 수 있는 의미있는 역사를 남기겠습니다.
1. 박산들 - 흔적 드로잉 '비닐'



노량진 수산시장에 방문하지 못한 것이 꽤 오래되었다. 그러나 상황이 어찌되었든 간에 바뀌지 않는 사실은 그곳에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고, 육교 위를 덮은 천막이나 그 밑을 지지하는 철근 따위가 그 증거일 테다.
내 기억의 조각 중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것이 그 흔적들이란 것은, 위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한 종류의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것이 전부 사람과 관련되어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딱히 대단한 이념을 직접적으로 담으려 하지 않는 편이다. 같은 맥락에서 늘 과도하게 설명적이거나 상인들의 감정 상태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혹자는 이런 작업관에 대해 확신 없는 작업이라 평할지 모르겠으나, 내겐 누군가의 평가보다도 주제넘는 일을 행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끔은 예술로 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어쨌든 시각 이미지이고,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그림보단 시선이 먼저 머무르게 만드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작품 속 장소에서 느낀 색채, 두루뭉실한 이미지 등을 우선시하는 것은 그림을 포함한 시각이미지의 기본이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분간 나의 작업은 푸르고 붉은 색채, 얇지만 견고한 비닐의 물성, 연속적인 직선 등 시작적인 것들을 먼저 보고 표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진행될 것 같다. 단편적인 기억과 그로인해 떠오르는 많은 것들을 함께 담고 싶다.
2. 세민 - 꽃가루


세민 - '꽃가루' 듣기
꽃가루가 날린다
왜 봄이 왔는가 누가 오늘을 봄이라 말하는가
석면가루가 날린다 돌덩이를 잡수시는 포크레인이 요란하다
누가 오늘을 봄이라 말할 수 있는가
내 한평생 살던 터는 헐값으로 빼앗기고
새터전이 들어온다며 갈곳없는 나를 뒤흔든다
누가 오늘을 봄이라며 내 살곳을 침범하는가
새 하늘 새땅에 나의 봄은 없는가
경하랑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때,
궁중족발과 장위동을 혼자 열심히 다니던 나한테 반했다고 했었다.
귀여워. 예쁜 건 알아가지고.
아직 차가운 깊은 겨울에 내 인생은 봄을 맞았다.
장위동에서 있던 일이다.
추운 바람이 부는 계절,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 추운 계절에 집행은 열렸다.
비인간적인 행태다.
우리만 모르게 장위동에 벌써 봄이 왔냐? 싶었다.
나는 계절성 비염알러지가 있다. 꽃가루가 날리는 게 그리 좋지만은 않다.
이미 포크레인으로 장위동의 건물들을 때려 부수는 저들은,
이 추운 날도 때 이른 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답게 끝없이 석면가루를 날려주고 있다.
포크레인이 돌덩이들을 삼키는 모습이 탐욕스럽다.
저 가루가 저들에겐 꽃가루 같을까.
장위동 땅엔 새로운 집이 많이 생기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 새 터전을 일구고있겠지.
갈 곳 없는 주민들은 헐값에 집을 빼앗겼다.
갈 곳도 없는데 새 터전을 위해 한 가정의 일생이 담긴 집을 침범했다.
새로운 하늘, 새로운 땅이 열린다면서,
우리는 초대받지 못했다.
장위7구역에는 봄이 오지 않을 것이다.
너무 값진 것을 소모하여 봄을 당겨썼기 때문이다.
3. 황경하 - 서울미래유산 구 노량진수산시장 이야기

2층에서 내려다보면 상인들이 땀흘려 일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상인분이 직접 쓰신 손팻말이 귀엽습니다.

고양이들도 귀여움을 참 많이 받았지요.

장사와 투쟁, 용역과의 충돌으로 지치고 힘들어도 한잔 맥주면 다시 떨치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러 지치고 피곤해지면 이렇게 쪽잠을 취하기도 하셨지요.

구 노량진수산시장은 활기가 가득찬 시장이었습니다. 서울의 명소이고, 후대에 전해줘야 할 유산이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가 미진한 채로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과정에는 심각한 폭력과 위협이 버젓이 존재했구요. 할머니를 때리는 놈들과는 무슨 일이 있어도 상종할 수 없습니다.
위정자들과 수협의 욕심으로 산산조각나 버렸지만 상인들은 아직도 이 곳을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일입니다.

노량진수산시장 투쟁문화제
11월 5일 금요일 오후 6시
노량진역 1번출구 앞 광장
출연 : JINU KONDA / 박지휘 / 경하와 세민
11월, 코로나19로부터의 일상회복이 시작됨과 아울러 현장에서의 투쟁도 다시 힘차게 진행하려고 합니다. 상인 분들을 만나뵙고, 힘과 용기를 함께 나누는 시간을 맞이하려 합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함께해주신다면 참 좋겠습니다.
| 수입 항목 | 금액 |
|---|---|
| CMS 정기후원 | 165,820원 |
| 이자 | 15원 |
| 총수입 | 165,835원 |
| 지출 항목 | 금액 |
|---|---|
| 감사봉투 2종 | 18,000원 |
| 배송비 | 2,500원 |
| 총지출 | 20,500원 |
예술해방전선에는 10월 한달간 총 165,820원의 후원이 있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활동이 위축되었기에 뚜렷한 지출은 없었사옵고, 11월 문화제에 결합할 예술인에게 교통비를 지급하기 위해 구입한 감사봉투에 대한 지출만 있었습니다. 잔여금으로 현재 320,653원의 투쟁자금을 계좌에 두고 있습니다.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구 노량진수산시장의 상인 분들과 다시 문화제를 열고 거리에서 만납니다. 미술, 사진, 음악 등으로 강한 문화적 연대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현재 잔여금은 현장에 공연으로 결합하는 예술인의 교통비와 무대장비들을 구축하는데 쓰이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 문화제부터는 출연하는 공연 예술인들에게 교통비로 인당 1만원씩 지출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 금액을 차츰 키워나가서 교통비 외에 식사도 할 수 있는 금액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예술해방전선이 조직하는 투쟁에 함께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현장과 함께 예술을 통해 버티고 나아가는 예술가들이 되겠습니다.
행복한 11월의 시작 되십시오.